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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잔고는 분명 늘어가고 있는데 마음은 왜 늘 허전하고 조급한 걸까요. 저도 한동안 그 물음을 붙들고 살았습니다. 재테크 책을 쌓아두고 읽어도 채워지지 않던 무언가가, 고전 한 권 앞에서 비로소 조금 선명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고명환 저자의 책은 "어떻게 벌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먼저 묻습니다.

돈을 담는 내면의 자본, 왜 먼저 쌓아야 하는가
요즘 재테크 시장에서 흔히 쓰는 말 중에 '휴먼 캐피털(Human Capital)'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휴먼 캐피털이란 한 사람이 지닌 지식, 경험, 판단력 등 내면에 축적된 비가시적 자산을 의미합니다.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물리적 자산과 달리, 시장 폭락이 와도 빼앗기지 않는 자산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그동안 얼마나 외부 자산에만 눈을 돌렸는지 새삼 돌아보게 됐습니다.
저자는 돈을 쫓는 삶이 아니라 '돈이 따라오는 사람'이 되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 핵심은 욕망과 필요를 구분하는 철학적 주체성에 있습니다. 솔직히 처음 이 부분을 읽었을 때는 "좋은 말이긴 한데, 막연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 소비 패턴을 떠올려보니 딱 걸렸습니다. 남들 시선을 의식한 소비가 생각보다 훨씬 많더군요. 이것을 경제학 용어로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라고 합니다. 여기서 베블런 효과란 가격이 오를수록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으로, 과시적 소비 심리를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제 소비 중 꽤 많은 부분이 이 범주 안에 있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금융 리터러시(Financial Literacy)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충동 소비 비율이 낮고 장기 자산 형성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여기서 금융 리터러시란 금융 상품의 구조를 이해하고 자신의 경제 상황에 맞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실질적 금융 역량을 뜻합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평균 금융이해력 점수는 100점 만점 기준 66.5점으로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숫자와 투자 기술보다 내면의 판단력 기틀이 먼저라는 저자의 주장이 이 통계와 맞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돈에 대해 꽤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의식했습니다. 돈을 밝히면 속물처럼 보일 것 같아서 스스로 억눌러왔던 것 같습니다. 그 부정적 인식이 조금 옅어진 건, 고전이 돈 자체를 탐욕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선한 의지를 실현하는 도구'로 바라보는 시각을 전해줬기 때문입니다.
독서 투자와 선한 영향력, 실제로 해보니 어떤가
저자는 고전 독서를 일종의 '지식 복리(Knowledge Compounding)'로 설명합니다. 지식 복리란 재무에서 쓰는 복리(Compound Interest) 개념을 지식 축적에 적용한 것으로, 매일 조금씩 쌓인 통찰이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효과를 말합니다. 투자 원금이 이자를 낳고 그 이자가 다시 이자를 낳듯, 책에서 얻은 사유가 새로운 사유를 낳는다는 개념입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반쯤 공감하면서도 반쯤 반문하게 됐습니다. 꾸준히 읽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거든요. 저도 독서하는 주부 컨셉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보려고 직접 시도해봤는데, 몇 주 만에 흐지부지됐습니다. 그때 배운 게 있다면, 좋아하는 일과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책이 좋다고 해서 책을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도 쉬운 건 아니었습니다. 그 간극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선한 영향력의 확장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하게 됐습니다. 타인의 문제를 해결할 때 부가 따라온다는 논리는, 사실 마케팅에서 말하는 '고객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과 같은 구조입니다. 여기서 고객 가치 제안이란 내가 제공하는 것이 상대방의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주는지를 명확히 정의한 개념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의 출발점이 됩니다. 돈을 벌고 싶다면 내가 세상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부터 물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단순한 도덕 이야기가 아니라 구조의 이야기였습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3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독서량은 평균 4.5권으로 10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 숫자를 보면서 독서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실제로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읽는 사람이 줄수록, 읽는 사람의 희소성이 커집니다.
이 책이 어떤 주식을 사야 하는지 알려주기를 기대한다면 분명히 실망할 겁니다. 하지만 "나는 왜 돈이 필요한가", "어떤 방식으로 벌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해본 적이 없다면, 꽤 오래 붙들고 있을 책이 될 수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마땅히 가져야 할 부'의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내면의 철학과 주체성을 먼저 세울 것 (욕망과 필요를 구분하는 기준)
- 고전 독서와 사색으로 판단력의 기틀을 다질 것
- 타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치 제공이 지속 가능한 부의 원천임을 이해할 것
저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재테크 앱보다 노트를 먼저 꺼냈습니다. "내가 정말 기뻐하며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적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직 답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 물음을 갖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은 제게 충분한 값을 했습니다. 숫자보다 방향이 먼저라는 말, 이 책을 읽기 전과 후에 전혀 다르게 들립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독서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가져야 할 부에 대하여> 고명환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