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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더 현명한 걸까요? 저는 한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자기계발모임에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읽고 나서, 제가 가지고 있던 그 믿음이 생각보다 많이 흔들렸습니다. 변화에 유연한 척하면서 실제로는 현상 유지(Status Quo)에 집착하고 있던 제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변화 적응 능력은 타고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변화에 잘 적응하는 사람은 타고난 성격 덕분이라고들 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조금 다릅니다.
저는 이 책을 자기계발모임의 첫 추천도서로 읽었습니다. 당시 저는 스스로를 꽤 유연한 사람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책에 등장하는 네 인물을 보면서 제가 실제로는 스커리(Scurry)와 허(Haw)를 섞어 놓은 캐릭터에 가깝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행동은 빠른 편이지만, 막상 결정적인 순간에는 두려움에 발목이 잡혀 한참을 망설이는 식이었습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개념은 변화 저항성(Change Resistance)입니다. 변화 저항성이란 새로운 환경이나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을 심리적으로 거부하려는 성향을 의미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저항이 단순한 게으름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인간의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분야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이익보다 손실을 더 크게 느끼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 편향을 타고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손실 회피란 같은 크기의 이익과 손실이 있을 때, 손실로 인한 고통이 이익에서 오는 기쁨보다 약 2배 더 크게 느껴지는 심리적 현상을 말합니다. 헴(Hem)이 사라진 치즈 앞에서 분노하고 남 탓만 하는 것도 이 본능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2023년에 발표한 성인 학습자 연구에서도 변화에 대한 적응력은 선천적 기질보다 반복적인 소규모 도전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출처: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저도 이 부분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큰 용기를 한 번 내는 것보다, 감당할 수 있는 크기의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 결국 변화 적응 근육을 키우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허가 미로를 다시 헤매며 벽에 남긴 메시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두려움이 없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제가 직접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을 때, 솔직히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게 오히려 더 큰 자극이 됐습니다.
핵심적으로 책이 보여주는 네 가지 변화 대응 유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스니프(Sniff): 변화의 징후를 먼저 감지하는 유형. 환경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 스커리(Scurry): 변화가 감지되면 즉각 행동으로 옮기는 유형. 분석보다 실행이 먼저입니다.
- 헴(Hem): 변화를 부정하고 저항하는 유형.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현상 유지에 집착합니다.
- 허(Haw): 처음엔 두려움에 머뭇거리지만, 결국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치즈를 찾아 나서는 유형입니다.
두려움 극복과 자기객관화, 어느 것이 먼저인가
두려움을 극복하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는 오랫동안 이 말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순서가 반대였습니다.
자기객관화(Self-Objectification)가 먼저 이뤄지지 않으면,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 자체가 방향을 잃습니다. 자기객관화란 자신의 상태, 감정, 반응 패턴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냉정하게 바라보는 능력을 말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제 망설임의 원인이 환경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그 망설임이 사실은 저 자신의 변화 저항성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정하게 됐습니다. 이 인식의 전환이 없었다면 아무리 '용기를 내자'고 다짐해도 결국 제자리였을 겁니다.
요즘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이 가속화되면서 이 문제가 더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23년에 발표한 미래 직업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까지 전 세계 일자리의 약 23%가 구조적으로 변화하거나 소멸할 것으로 전망됩니다(출처: 세계경제포럼). 이 흐름 속에서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과연 안전한 선택일까요? 제 솔직한 생각으로는, 현실 안주(Complacency)가 오히려 가장 큰 위험일 수 있습니다. 현실 안주란 현재의 편안함에 만족하여 더 이상의 도전이나 발전을 추구하지 않으려는 심리 상태를 말합니다.
물론 변화에 긍정적이지 않은 사람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지금의 삶을 유지하는 것 자체를 삶의 목표로 삼는 사람도 있고, 그 선택 자체를 틀렸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를 알지 못한 채 그냥 머물러 있는 것과, 자기 자신을 충분히 이해한 뒤에 의식적으로 머무르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전자는 헴(Hem)이고, 후자는 진짜 선택입니다.
도전하기까지가 어렵지, 막상 시작해보면 예상보다 별 거 아닌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이건 제가 직접 여러 번 경험하며 확인한 사실입니다. 그 경험들이 쌓이면서 다음 도전의 문턱이 조금씩 낮아졌습니다. 담대함도 결국은 경험의 축적입니다.
결국 이 책이 던지는 진짜 질문은 단 하나입니다.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치즈 창고는 정말 안전한가. 그리고 나의 새로운 치즈는 무엇인가. 변화를 앞두고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지레 겁먹기 전에 먼저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일단 한 발 내딛고 나서 포기해도 늦지 않습니다. 인간은 결국 적응하는 존재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