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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내가 잘할 수 있을까"보다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를 먼저 걱정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런 적이 있습니다. 니체의 위버멘쉬(Übermensch)는 바로 그 지점을 건드립니다.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어제의 나를 넘어서는 것, 그게 초인의 출발점입니다.

타인의 기준이라는 감옥, 가치 전복으로 탈출하기
솔직히 이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는 "그게 말처럼 쉬운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니체가 말하는 가치 전복(Umwertung aller Werte)이란, 사회가 당연하게 여겨온 도덕적 규범과 성공 기준을 비판적으로 다시 들여다보고, 자기 삶의 척도를 스스로 세우는 작업입니다. 여기서 가치 전복이란 기존의 것을 무조건 부수자는 파괴가 아니라, "이게 정말 내 가치관인가"라고 묻는 성찰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저는 꽤 오랫동안 실패하지 않는 삶을 살았습니다. 늘 평균 이상은 했고, 크게 어긋나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그건 제가 원해서가 아니라 남들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선택만 골라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는 비교만 하다가 시작도 못 해본 일이 허다했습니다. 내가 너무 늦은 건지, 너무 이른 건지 재보다가 타이밍을 놓쳐버리는 식이었습니다.
니체의 철학을 지지하는 분들은 이를 주체적 가치 정립, 즉 외부로부터 주어진 당위가 아니라 내면에서 솟아나는 의지로 삶을 구성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저는 이 시각에 공감하면서도, 한 가지를 더 보탭니다. 타인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만큼이나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꾸준히 던지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치를 전복하는 것은 한 번의 결단이 아니라 반복적인 자기 점검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외적 기준보다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장기적 만족도와 회복 탄력성 모두 높다고 합니다(출처: Stanford University).
낙타에서 어린아이로, 정신의 3단계 변화
니체는 인간의 정신이 성장하는 과정을 세 가지 상징으로 설명합니다. 이것이 바로 그의 대표작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등장하는 정신 변화의 3단계(Drei Verwandlungen)입니다. 여기서 정신 변화의 3단계란, 의무에 복종하는 낙타 → 기존 권위에 저항하는 사자 → 순수한 창조로 나아가는 어린아이로의 이행을 뜻합니다.
각 단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낙타의 단계: "너는 해야 한다"는 사회적 당위를 묵묵히 수행하는 복종의 시기. 책임을 지는 훈련이지만, 여기서 멈추면 타율적인 삶이 됩니다.
- 사자의 단계: 기존의 규범에 "나는 하고자 한다"고 맞서는 저항의 시기. 기존 가치를 해체하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파괴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 어린아이의 단계: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유희와 긍정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창조의 단계. 니체가 말하는 위버멘쉬에 가장 가까운 상태입니다.
제 경험상 이 구분이 선형적으로 딱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사람에 따라 낙타와 사자 사이를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 한 영역에서는 어린아이의 단계에 있으면서 다른 영역에서는 여전히 낙타처럼 짐을 지고 있기도 합니다. 저도 직업적(전업주부)으로는 어느 정도 제 기준이 생겼다고 느끼면서도, 관계에서는 여전히 타인의 평가가 신경 쓰이는 낙타처럼 행동할 때가 있습니다.
이 단계 개념에 대해 "지나치게 이상적인 자아실현 모델 아닌가"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도 그 지적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세 단계를 목표로 달성해야 할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지금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가늠하는 좌표로 활용하면 꽤 유용합니다. "나는 지금 낙타인가, 사자인가"라는 질문 하나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들여다보게 해 줍니다.
아모르파티, 운명애로 시련을 자산으로 바꾸기
위버멘쉬 개념의 완성은 아모르파티(Amor Fati)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모르파티란 라틴어로 '운명에 대한 사랑'을 뜻하며,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 실패와 고통까지도 긍정하고 포용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니체는 여기서 더 나아가 영원회귀(Ewige Wiederkehr)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영원회귀란 "지금 이 삶이 동일하게 무한 반복된다면, 나는 이 순간을 다시 선택할 것인가"라는 실존적 물음입니다. 이 질문 앞에 "그래도 좋다"라고 답할 수 있는 삶을 만들어가라는 것이 니체의 요청입니다.
힘든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외부 상황이 아니라 제 안의 생각이었습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에서 미리 돌려보며 이미 실패한 것처럼 굳어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미리 못한다고 단정 짓지 말고, 일단 해보자"로 마음의 문장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걸 직접 겪어봤습니다.
아모르파티를 "무조건 긍정하는 태도"로 해석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그것은 고통을 외면하거나 부정하지 말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능동적 수용에 가깝습니다. 실패를 "어쩔 수 없었다"라고 체념하는 것과, "이게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재료다"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결과가 전혀 다릅니다.
긍정 심리학(Positive Psychology) 분야의 권위자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역경을 의미 있는 경험으로 재구성하는 능력, 즉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이 장기적 심리 회복력과 직결됩니다(출처: University of Pennsylvania Positive Psychology Center). 여기서 외상 후 성장이란 고난을 겪은 이후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강해지거나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심리적 변화를 의미합니다. 니체가 100년 전 철학으로 꺼낸 이야기가 현대 심리학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위버멘쉬는 성공한 사람이 되는 매뉴얼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삶의 기준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철학입니다. 남과의 비교에서 잠시 눈을 돌려 어제의 나와 비교하는 것, 그 작은 전환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바꿔놓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당장 무언가 달라지지 않더라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이 진짜 내 것인가"라는 질문을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던져보셨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출발점에 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위버멘쉬, 프리드리히 니체 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