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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마인드 (내면 탐색, 마음 근력, 가치 재정립)

harira 2026. 9. 3. 09:53

목차


    한때 저는 제 삶의 기준이 저한테 있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이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거고, 주변에서 좋다고 하면 좋은 거였습니다. 그게 문제라는 걸 몰랐습니다. 어느 날 문득, 지금 내가 원해서 달리는 건지 그냥 달려야 하니까 달리는 건지 구분이 안 된다는 걸 알았을 때, 그 답을 찾기 위해 꽤 오랫동안 멈춰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내 삶의 기준은 대체 어디 있었나

    직접 겪어보니 외부 자극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제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습니다. SNS를 열면 누군가는 승진했고, 누군가는 집을 샀고, 누군가는 해외여행 중이었습니다. 그 장면들이 쌓이면서 저도 모르게 그 기준들을 제 삶의 잣대로 가져왔습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사회 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사회 비교 이론이란 사람이 자신의 가치나 능력을 평가할 때 타인과의 비교를 기준으로 삼으려는 경향을 뜻합니다. 문제는 이 비교가 습관이 되면,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묻는 내면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SNS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자기 효능감이 낮아지고 비교에 따른 열등감이 강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숫자로 확인하니 더 실감이 났습니다. 저만 그랬던 게 아니었구나 싶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저 자신에게 굉장히 미안합니다. 늘 달리라고만 했지, 한 번도 "지금 괜찮아?" 하고 물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남들이 세워놓은 기준에 닿지 못한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그게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때 그 자신이 가끔 너무 안쓰럽습니다.

    실패를 다시 정의하면 달라지는 것들

    저는 한 번의 큰 결심으로 삶이 바뀐다고 믿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결심을 하고, 계획을 세우고, 작심삼일로 끝나고, 또 자책하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실패들이 전부 제 것이 되어 지금의 저를 만들었는데, 그 순간순간엔 그냥 부끄럽고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심리학에서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라는 개념을 씁니다. 자기 효능감이란 특정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이 지표가 높을수록 실패 후 회복 속도가 빠르고 도전을 지속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실패에 무너지지 않으려면 기술보다 이 내면의 믿음을 먼저 다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또 하나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이야기할 때 "빠르게 털고 다시 일어서라"는 식으로 접근하는데, 여기서 회복탄력성이란 스트레스나 역경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이전 상태로 돌아오거나 더 나은 방향으로 적응하는 심리적 능력을 말합니다. 그런데 제가 실제로 경험해 보니, 빠르게 털어내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실패가 '나라는 사람 자체'가 아니라 '내가 한 행동의 결과'라는 걸 분리해서 보는 능력이었습니다. 그 분리가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다음 발을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딥마인드가 말하는 핵심도 결국 이 지점에 닿아 있다고 봅니다. 실패를 재정의하는 것, 즉 끝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과정으로 보는 시각 자체를 훈련하는 것입니다.

    가치를 재정립하면 행동이 달라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가장 오래 머물렀던 부분은 바로 이 질문이었습니다. "나는 왜 열심히 살고 있는가?" 열심히 사는 것 자체는 분명 좋은 태도입니다. 그런데 저는 한 번도 그 이유를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열심히 해야 하니까, 뒤처지면 안 되니까, 남들보다 나아야 하니까. 그게 전부였습니다.
    이른바 잇마인드(It-Mind)와 딥마인드(Deep Mind)의 차이가 바로 여기서 갈립니다. 잇마인드란 더 많이, 더 빠르게,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외부 지향적 욕구를 따르는 사고방식을 뜻합니다. 반면 딥마인드는 내가 지금 괜찮은지, 이 선택이 진짜 내가 원하는 방향인지를 먼저 묻는 내면 지향적 태도입니다. 쉽게 말해 전자가 결과를 보고 달린다면, 후자는 방향을 먼저 확인하고 달리는 것입니다.
    국내 직장인의 번아웃 증후군 실태 조사에서 응답자의 67%가 "열심히 일하지만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는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한국고용정보원). 이 숫자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방향 없이 달리는 삶이 생각보다 훨씬 흔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이 일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 결과가 기대와 다르더라도 이 과정 자체를 선택할 수 있는가
    • 이 방향은 남의 기준이 아닌 내 기준에서 나온 것인가

    이 세 가지를 습관처럼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선택의 질이 달라졌습니다. 거창하게 삶을 바꾸는 게 아니라, 매일의 작은 선택 앞에서 이 질문 하나씩 던져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이 책이 저한테 준 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자극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왜 열심히 살고 있는지 처음으로 물어보게 해 준 계기였습니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소프트하고 느린 것처럼 보이지만, 방향이 잘못된 채로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 훨씬 단단한 삶을 만든다는 걸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지금 삶의 방향이 흔들린다거나 열심히 사는데 뭔가 비어 있는 느낌이 든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화려한 성공 공식이 아니라, 조용하지만 묵직한 질문을 건네주는 책입니다.


    참고: 김미경의 딥마인드, 김미경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