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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드뭅니다. 남편과 함께 BIG 5 성격 검사를 해봤을 때, 저는 그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같이 살아온 사람인데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구나 싶었고, 동시에 나 자신도 제대로 몰랐다는 게 더 놀라웠습니다. 함부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것은 정말 큰 실례이고 오류입니다.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어찌 남을 판단할 수 있습니까?

나를 모르면 루틴도 실행력도 없다
BIG 5 성격 검사(Big Five Personality Traits)란 개인의 성격을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성이라는 다섯 가지 요인으로 측정하는 심리학 모델입니다. 여기서 BIG 5란 단순한 흥미 검사가 아니라, 수십 년간 심리학 연구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검증된 성격 측정 도구입니다. 실제로 성격의 안정성과 직업 성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들에서 꾸준히 활용될 만큼 신뢰도가 높습니다(출처: 한국심리학회).
제가 직접 검사를 해보니 예상과 다른 결과가 여럿 나왔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꽤 외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에너지를 혼자 회복하는 내향적 성향이 강했습니다. 그동안 사람 많은 자리에 나갔다가 유독 피곤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겁니다. 남편은 반대로 외향성 수치가 높았고, 둘이 같은 상황에서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를 쓰고 있었다는 게 데이터로 알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는 성공한 사람의 루틴을 따라 하라고 합니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고, 운동하고, 독서하고.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내향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사람의 루틴을 그대로 따라 하면 오히려 번아웃(Burnout)이 옵니다. 번아웃이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정서적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된 상태를 말합니다. 자신의 기질과 맞지 않는 방식으로 열심히 하는 것은, 잘못된 방향으로 전속력을 다해 달리는 것과 같습니다.
성격 검사는 하나의 도구이지 정답지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검사 결과가 나를 완벽하게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방향을 잡는 데 꽤 쓸모 있는 나침반 역할은 충분히 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검사 자체보다 그 결과를 어떻게 일상에 연결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했습니다.
BIG 5로 자기 자신을 파악할 때 확인하면 좋은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나는 혼자 있을 때와 함께 있을 때 중 언제 에너지가 회복되는가 (외향성/내향성)
- 나는 새로운 방식과 검증된 방식 중 어느 쪽이 더 편한가 (개방성)
- 나는 계획을 세울 때와 즉흥적으로 움직일 때 중 더 성과가 나는 쪽은 어디인가 (성실성)
이 세 가지만 파악해도 내게 맞는 실행 방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놓아야 실행이 가벼워진다
책을 읽기 전에는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통제하고 관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반대였습니다. 성과를 내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고, 통제 불가능한 영역에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에너지를 쏟아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통제 소재(Locus of Control)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통제 소재란 자신의 삶에 일어나는 일을 자신이 통제한다고 믿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내부 통제 소재가 높은 사람은 결과를 자신의 행동과 연결 짓고, 외부 통제 소재가 높은 사람은 환경이나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내부 통제 소재가 높은 사람일수록 직무 만족도와 성취 수준이 높게 나타납니다(출처: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제 경험상 스트레스가 가장 커질 때는 타인의 반응이나 결과를 제가 통제하려고 할 때였습니다. 발표를 잘 준비했는데 반응이 냉담하다거나, 열심히 도왔는데 상대방이 고마워하지 않는다거나.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결과를 제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며 에너지를 쏟았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완벽주의(Perfectionism)도 같은 맥락입니다. 완벽주의란 실수나 실패를 극도로 두려워하여 행동 자체를 미루거나 과도하게 준비하는 심리적 성향입니다. 80% 준비가 됐을 때 바로 실행하고,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는 방식이 오히려 더 빠르고 정확하게 목표에 가까워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완벽하게 준비하려는 시도 자체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까지 통제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는 개념도 이 책에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회복탄력성이란 실패나 역경을 겪은 후 원래 상태로 돌아오거나, 오히려 그것을 발판으로 성장하는 심리적 능력을 말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하는 연습에서 길러지는 것이었습니다. 잘못됐을 때 자책하기보다 "내가 다음에 바꿀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찾는 습관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달라졌습니다.
결국 잘될 수밖에 없는 사람은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지속 가능하게 움직이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루틴을 부러워하기 전에,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출발점입니다.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통제 가능한 영역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이 전달하는 가장 단단한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하는 일이 정체된 느낌이 든다면, 새로운 방법을 찾기 전에 지금의 나를 먼저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최재훈, 잘될 수밖에 없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