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그냥 오래된 영국 소설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첫 작품 〈비〉를 읽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인간의 위선과 욕망, 그리고 스스로도 모르는 본성에 대해 이렇게까지 날카롭게 파고드는 글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서머싯 몸의 단편들은 읽는 내내 불편하고, 그 불편함이 오래 남습니다.도덕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위선〈비〉를 읽으면서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사람, 나랑 닮았다"는 불편한 자각이었습니다. 주인공 데이비드슨 목사는 매춘부 새디 톰슨을 구원하겠다는 명분으로 그녀를 집요하게 압박합니다. 그런데 결말에서 드러나는 것은 그 열정의 정체가 순수한 사명감이 아니라 억압된 욕망이었다는 사실입니다.여기서 서머싯 몸이 포착하는 것은 인간의 도덕적 오만(mora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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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8. 11. 1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