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유독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등에 짐을 짊어진 것 같은 그 감각. 저도 그런 시간이 길었습니다. 그때 손에 잡은 책이 존 번연의 《천로역정》이었습니다. 1678년에 쓰인 우화 소설이 왜 지금 제 마음을 이렇게 두드리는지, 읽고 나서 오래 생각하게 됐습니다.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을 아는가 — 출발의 용기신앙의 여정은, 혹은 어떤 삶의 전환점이든, 먼저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깨닫는 데서 시작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깨달음 없이는 어디로 가야 할지도 알 수 없습니다.주인공 크리스천은 '멸망의 도시(City of Destruction)'에서 출발합니다. 멸망의 도시란 번연이 설정한 우화적 공간으로, 쉽게 말해 참된 목적 없이 살아가는 현실 세계를 뜻합니다. 크리스천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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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8. 11. 1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