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그냥 오래된 영국 소설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첫 작품 〈비〉를 읽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인간의 위선과 욕망, 그리고 스스로도 모르는 본성에 대해 이렇게까지 날카롭게 파고드는 글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서머싯 몸의 단편들은 읽는 내내 불편하고, 그 불편함이 오래 남습니다.도덕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위선〈비〉를 읽으면서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사람, 나랑 닮았다"는 불편한 자각이었습니다. 주인공 데이비드슨 목사는 매춘부 새디 톰슨을 구원하겠다는 명분으로 그녀를 집요하게 압박합니다. 그런데 결말에서 드러나는 것은 그 열정의 정체가 순수한 사명감이 아니라 억압된 욕망이었다는 사실입니다.여기서 서머싯 몸이 포착하는 것은 인간의 도덕적 오만(moral ..
40대를 앞두고 갑자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파고들었습니다. 저는 그 질문에 답을 찾는 3년 동안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을 다시 읽었고, 단순한 고전 우화가 아닌 정확한 처방전처럼 느껴졌습니다. 자신을 모른 채 달리고 있다면, 이 책이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먹고살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많은 분들이 이 책을 "꿈을 향해 나아가라"는 동기부여 문구 정도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읽혔습니다. 조나단이 진짜 던지는 질문은 훨씬 날카롭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습니까?"무리 속의 갈매기들에게 비행이란 생존을 위한 수단, 즉 물고기를 잡기 위해 날개를 쓰는 것이 전부입니다. 여기서 이 구조를 심리학 용어로 표현하면 매슬로의 욕구 위계 이론(Mas..
독서 모임에서 《1984》를 펼치는 순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소설인데 읽는 내내 숨이 막혔습니다. 감시, 통제, 세뇌가 켜켜이 쌓인 그 세계가 단순한 픽션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비슷한 현실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책장을 넘기는 손이 자꾸 무거워졌습니다.빅 브라더와 감시사회: 편리함 뒤에 숨은 통제혹시 스마트폰을 쓰면서 "내가 감시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보셨습니까? 대부분은 그냥 흘려넘기실 겁니다. 그런데 《1984》를 읽고 나면 그 무심한 감각이 달리 느껴집니다.소설 속 오세아니아에는 텔레스크린(Telescreen)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텔레스크린이란 24시간 쌍방향으로 감시와 방송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장치로, 개인의 표..
톨스토이가 1886년에 발표한 이 중편 소설은, 판사라는 직함과 반듯한 응접실을 가진 한 남자가 죽음 앞에서 완전히 무너지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솔직히 좀 헛헛했습니다. 마흔을 넘기면서 결혼식보다 장례식이 많아지는 요즘, 이 소설이 단순한 고전이 아니라 지금 제 이야기처럼 읽혔기 때문입니다.세속적 성공이라는 함정: 이반 일리치는 어떻게 살았나이반 일리치는 고등법원 판사였습니다. 사회적 지위, 품위 있는 인테리어, 타인의 시선, 이 세 가지가 그의 삶을 구성하는 핵심이었습니다. 그는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곧 잘 사는 것이라 믿었고, 그 믿음에 한 번도 의문을 품지 않았습니다.불과 3~4년 전만 해도 저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시선, 막연한 성공, 물질적 풍요로움이 삶의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