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한동안 다른 사람을 꽤 빠르게 판단하는 편이었습니다. 판단하는 생각을 멈추기 어려웠습니다. 어느 순간 제가 보는 것이 그 사람의 전부라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한수지 작가의 그림책 《어떤 책》은 바로 그 착각에 조용히 균열을 냈습니다. 덮인 책 속에 혼자 남겨진 한 아이의 이야기인데, 읽고 나서 한참 동안 책을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잊혀진 존재: 덮인 책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어떤 책》의 설정은 단순합니다. 누군가 읽다 덮어버린 책 속에 한 아이가 남겨져 있고, 독자가 다시 펼칠 때까지 그 아이는 혼자 밥을 먹고 꿈을 꾸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설정이 읽는 내내 묘하게 마음에 걸렸습니다.여기서 핵심 개념이 하나 등장합니다. 바로 '서사적 방기(敍事的 放棄)'입니다.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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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9. 23. 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