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한동안 다른 사람을 꽤 빠르게 판단하는 편이었습니다. 판단하는 생각을 멈추기 어려웠습니다. 어느 순간 제가 보는 것이 그 사람의 전부라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한수지 작가의 그림책 《어떤 책》은 바로 그 착각에 조용히 균열을 냈습니다. 덮인 책 속에 혼자 남겨진 한 아이의 이야기인데, 읽고 나서 한참 동안 책을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잊혀진 존재: 덮인 책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어떤 책》의 설정은 단순합니다. 누군가 읽다 덮어버린 책 속에 한 아이가 남겨져 있고, 독자가 다시 펼칠 때까지 그 아이는 혼자 밥을 먹고 꿈을 꾸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설정이 읽는 내내 묘하게 마음에 걸렸습니다.여기서 핵심 개념이 하나 등장합니다. 바로 '서사적 방기(敍事的 放棄)'입니다. 여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드뭅니다. 남편과 함께 BIG 5 성격 검사를 해봤을 때, 저는 그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같이 살아온 사람인데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구나 싶었고, 동시에 나 자신도 제대로 몰랐다는 게 더 놀라웠습니다. 함부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것은 정말 큰 실례이고 오류입니다.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어찌 남을 판단할 수 있습니까? 나를 모르면 루틴도 실행력도 없다BIG 5 성격 검사(Big Five Personality Traits)란 개인의 성격을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성이라는 다섯 가지 요인으로 측정하는 심리학 모델입니다. 여기서 BIG 5란 단순한 흥미 검사가 아니라, 수십 년간 심리학 연구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검증된 성격 측정 도구입니다. 실제..
40대를 앞두고 갑자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파고들었습니다. 저는 그 질문에 답을 찾는 3년 동안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을 다시 읽었고, 단순한 고전 우화가 아닌 정확한 처방전처럼 느껴졌습니다. 자신을 모른 채 달리고 있다면, 이 책이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먹고살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많은 분들이 이 책을 "꿈을 향해 나아가라"는 동기부여 문구 정도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읽혔습니다. 조나단이 진짜 던지는 질문은 훨씬 날카롭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습니까?"무리 속의 갈매기들에게 비행이란 생존을 위한 수단, 즉 물고기를 잡기 위해 날개를 쓰는 것이 전부입니다. 여기서 이 구조를 심리학 용어로 표현하면 매슬로의 욕구 위계 이론(Mas..